<2006년 8월 30일 11시 경 고미고미 친구의 대화>
친구: "여행? 누구랑 갔다왔어?"
고미: "혼자"
친구: "정말?" (약 5초간 지속되는 '너 특이한 애구나'하는 뜨아한 반응)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혼자 여행하는 것을 싫어하지 않는다. 뭐 굳이 동행이 있는 여행보다 더 좋아할 것 까지는 없지만, 혼자 하는 여행은 혼자 하는 여행 만의 맛이 있고, 그래서 동행이 없다고 여행을 포기하는 일 같은 것은 없다. 그런데, 주변의 다수의 사람들은 '혼자 여행을 하는 것'에 대해 그리 긍정적이지 않은 듯 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위와 같은 반응을 보인단 말이지...

겁내지 말고 한두번 해보면 혼자하는 여행은 그 나름대로의 많은 장점을 갖고 있다. 몇개만 나열해보자면:

1. 나만의 pace 유지 나는 여행을 할 때면 듀라셀 토끼가 된다. 어디서 그런 에너지가 나오는 지 하루 종일 그야말로 '빨빨'거리면서 돌아다닌다. 이제까지 이런 나의 여행 중의 pace를 맞춰줄 수 있었던 자는 임모여사 한명 뿐이었던 것 같다. 금쪽 같은 시간을 내어 하는 여행에서 다른 사람의 느린 pace를 맞추지 않아도 되는 것은 혼자 하는 여행의 진정한 장점 중 하나이다.

2. 자유로운 선택과 집중 1번과 같은 맥락의 얘기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남의 취향 생각하지 않고 내가 보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만 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아주 즐거운 점이다. 난 오리너구리가 헤엄치는 것을 계속 보고 있고 싶은데 백화점에 쇼핑가자고 하면 정말이지 짜증이 난단 말이다.

3. '흡수량' 극대화 옆에 수다 떨 사람이 없다는게 외롭지만, 한편으로는 계속 혼자서 곱씹으면서 다니기 때문에 본 것, 한 것들로 부터 더 많은 것을 취하게 된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완벽하게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한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보면서 마음 짠하고 있는데 옆에서 '밥 먹자' 하면 그 짠한 느낌은 즉시 사라져버린다. 나중에는 '맞아, 그 때 하늘이 맑은 날 밥이 먹고 싶었어'만 기억하게 되어버린다.

4. 심도있는 지형의 파악 이건 나만의 특별한 즐거움이 아닐까 싶은데... 나는 엄청난 길치이기 때문에 동행이 있는 여행에서는 거의 99% 그 동행이 여행하는 곳의 지리를 파악하고 길을 찾는 것을 주도하게 된다. 혼자서 여행할 때만 지도는 고미 차지가 된다. 공부 좀 해본 분들은 모두 동의하겠으나, 자기가 직접 해봐야만 실력이 된다고, 직접 지도를 들고 헤매 봐야 여행지의 지형이 머리속에 훨씬 잘 들어온다. 지금도 혼자 여행한 곳들의 지리는 잘 기억이 나지만 누군가에게 의지해서 심봉사 마냥 쫒아만 다닌 곳들은 동서남북이 전혀 감이 안 잡힌다.

5. 비행기, 버스 등의 탈 것들 안에서의 품위유지 무슨 말이냐고? 나는 탈 것에만 오르면 소로록 잠이 들어버린다. 그런데 호흡을 담당하고 있는 코의 성능이 좋지 못한 관계로 자는 모습은 우아함과는 거리가 아주 멀고, 매우 자주 코가 담당해야 할 호흡을 헤 벌어진 입이 담당하게 된다. 따라서, 옆에 아는 사람이 없어주는 것이 품위유지에 훨씬 도움이 된다는 것이지.


어쨌거나... 고미 휴가 다녀왔습니다 (물론, 혼자서). 빨빨 거리고 돌아다니고, 보고 싶은 것 실컷 보고, 많이 흡수하고, 많이 헤매고, 많이 자서, 그간 서울에서 바싹 마르고 얄팍해졌던 가슴이 통통하고 말랑말랑해져서 돌아왔습니다. 당분간 건전한(?) 생각만 하고, 좋은 사람들만 만나고, 물 많이 마시면서 - 왠지 이게 제일 중요할 것 같음 - 통통함과 말랑말랑함을 좀 오래 가져가 볼까 합니다.

(사진은 이번 휴가지에 대한 hint. 휴가지가 어디였는 지, 저런 view의 사진은 어떻게 찍게 되었는 지를 맞춘 사람에게는 열쇠고리 선물로 줄 용의 있음 ^^)
Posted by go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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