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과 노동절 연휴를 맞아 다녀온 방콕 사진 몇 장. 항상 그렇듯이 몇 주나 지나서야 올리게 된다.

굳이 방콕을 택한 이유는 두가지. 음식과 친구.

친구: 대학원 시절 이년이나 방을 같이 쓴 친구가 태국인이다. 룸메이트를 잘 못 만나면 '미저리'스럽게 괴로울 수도 있다는데, 나는 참으로 운이 좋게도 너무나 훌륭한 태국 처자를 룸메이트로 맞아 이년 동안이나 살갑게 잘 지냈다. 그 덕분에 졸업한 지가 까마득한 지금까지도 나의 비한국인 best friend로의 관계를 유지 중이고. 삼사년 정도 전에 이 친구가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었고 이번에는 답방 형식이라고 할까?

음식: 뭐 태국 음식이 맛있다는 사실은 굳이 다시 한번 강조할 필요는 없으리라. 요사이는 한국에도 꽤 멀쩡한 태국 음식점이 많이 생겼지만 그래도 아직은 authentic한 태국 음식점 찾기는 쉽지 않다. Authentic Thai Food가 이번 여행의 sub-theme이었다.

위 두가지 이유로 간 여행이기에 4박5일 내내 방콕에만 있었고, 남들이 태국 여행에서 경험하는 코끼리 쇼, 뱀 쇼, 해변 등을 접할 기회는 없었지만 뭐 여행 본연의 목적 두가지에 충실했기 때문에 특별히 아쉬운 마음은 전혀 없었다. 더구나 원주민 친구 덕분에 남들 못 하는 방콕 이모저모도 구경 했고...

날씨가 심하게 더워 지치기는 했고, 그냥 지나치기에는 눈에 띄는 이 동네의 빈부 격차에 대한 광경들은 가끔 맘을 지치게도 했지만, 오랫만에 본 친구와 맛난 음식 덕분에 꽤나 실한 여행이었다. (빈부 격차는 뭐 작년 말 캄보디아에서 단련이 된 터라...쩝~)

'왓 프라께아'로 불리는 왕궁. 방콕 내 관광객 방문지 1호.


Bling Bling...


'왓 포'에 있는 Reclining Buddha. 내가 TV보는 자세와 매우 흡사하다.


'왓 아룬'의 불탑. 올라갔다와서 허벅지 근육통으로 이틀 고생.


뭐 굳이 방콕일 필요는 없는 사진이지만 시각적으로 정말 귀여운 사진 한장.


매우 흥미로운 삶을 산 태국의 미국인 Jim Thompson의 집 한 컷.

현재 방콕에서 제일 잘 나가는 동네인 Siam Paragon 광장.


이 동네 명동 쯤에 해당하는 Siam Square.


이번 여행의 highlight. 가장 Authentic했던 local dinner, 그 시작.


그 두번째. 한국의 어떤 갈비찜보다 맛있었던 소고기 red curry.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태국 음식인 얌문센과 흡사한 맛의 돼지고기 샐러드.


다시 기억해도 너무 맛있었던 음식들...

고유의 디저트. 망고를 찍어먹는 소스가 새우젖 맛이 난다.


마지막으로 Banyan Tree hotel 유명 bar Vertigo에서 내려다 본 방콕 시내.

Posted by gomy

앙코르와트 후기

Do 2008/01/16 08:37
3주가 넘어 정리하는 앙코르와트 후기.

크리스마스 주말에 부모님을 모시고 앙코르와트에 다녀왔더랜다. 원래의 계획은 오빠네 부부까지 해서 6명이 다녀오는 것이었는데 정의를 구현하느라 항상 젤루 바쁜 오빠가 이번에도 역시 마지막에 본의 아니게 '파토'를 내는 바람에 대타로 급투입된 부모님 친구분 내외와 함께 다녀왔다. 가족들끼리 같이 다녀왔으면 좋았을 것을...

아무튼, 앙코르와트는 가기 전부터 기대가 무척이나 컸었다. 몇 년전 이집트를 갔을 때의 느낌과 유사하게, 뭐랄까 그 곳에 가면 인디아나 존스와 라라 크로포드가 막 살아서 들이댈 것 같은 느낌이랄까? 아니면, 도대체 그 옛날에 저런 것을 어떻게 만들었을까 하는 의문과 함께 틀림없이 외계인이 만들었을 거야 등등등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광경이 눈 앞에 펼쳐지면서 몸도 마음도 정화되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랄까 (왜 외계인 생각이 들면서 몸도 마음도 정화되는 느낌인지는 묻지 마시라. 내가 그냥 그렇게 생겨먹은거니까)? 이집트에 갔을 때, 같이 갔던 남자에게 너 도대체 몇 살이냐라는 이야기를 들을만큼 흥분했던 터인지라 이번에도 가기 전부터 완전 삘받았던게지.

결과는? 기대만큼. 솔직히 캄보디아가 아직 좀 많이 가난하고 이집트만큼 관광산업도 충분히 갈고 닦여 있지를 않아서 같이 간 남자 말 대로 'fancy'한 맛은 없었지만, 어차피 처음부터 앙코르와트를 fancy하자고 간 것은 아니기 때문에 위에 말한 느낌은 충분히 받고 왔다. (그나저나 같이 간 남자는 fancy하지 않다고 투덜거리다가 결국 몸살이 걸렸다. 아무래도 곱게 자란 선진국형 사람인 이 남자는 다음부터 선진국이 아닌 곳에 갈 때는 친정에 맡겨두고 가기로 했다)


(사진을 모두 깔끔이 정리하고 설명을 붙여 올리자니 요사이 회사 업무의 압박때문에 posting이 더 늦어질 것 같아 일단 완성도는 떨어지나 무작정 upload 진행. 간혹 가로로 누운 사진들에 대해서는 양해를 바랄 밖에~)

이거 저거 많이 봤지만 역시 highlight는 앙코르와트, 앙코르 톰, 프놈바켄. 세 곳의 불상들과 벽화들을 설명하기에 '멋지다', '거대하다', '웅장하다' 등의 단어는 너무 미흡하다. 그렇다고 또 딱히 다르게 표현하기에는 나의 vocabulary가 영 미흡하다. 난감한 일이지... 하여, 그 세곳이 어떤가는 내가 굳이 단어로 표현하기 보다는 사진에 의존하여 보는 사람들 자신이 판단하도록 하겠다. 또한, 솔직히 맘만 먹으면 큰 돈 안들이고도 얼마든지 가 볼 수 있으므로 되도록이면 꼭 한번 가보라고 강추하겠다. 정말 돈 아깝지 않다.

눈 앞에 펼쳐지는 볼거리들 만큼 인상적이었던 것은 앙코르와트에 얽힌 몇가지 사실들. 앙코르와트가 실제 번성했던 시절에 대한 역사적 기록은 캄보디아나 근처 국가에는 거의 없고, 13세기 이 곳을 방문했던 중국의 사신 주달관이 '진랍풍토기'에 기록한 내용이 최초라고 한다. '그 시대에 과연 무슨 일로 무엇을 타고 여기까지 중국의 사신이 왔던 것일까? 그 당시 여기를 오는 것은 지금 우주를 가는 것 만큼이나 가슴 설레고 두려운 일이 아니었을까?' 라는 의문을 가져봤지만 나중에 알아보니 이미 그 당시 중국과 캄보디아는 상당한 교역관계를 가지고 있었단다. 역사 지식/의식 전무한 나는 역시 인간의 능력에 대한 감이 영 떨어진다.

'왕도의 길'을 써 나름 유명한 소설가 앙드레 말로가 실제 반데이 스레이 사원의 불상을 띄어다 팔아먹으려다 걸린 적도 있다고 한다. 그 불상은 실패했나 모르겠지만, 그는 골동품 상으로 꽤나 많은 돈을 벌었다고 하는데, 한 시대의 교양인도 돈 앞에는 어쩔 수 없나보다.

마지막으로, 잡학과 사소한 일의 기억에서라면 천재 수준인 모친의 한마디. 젊은 날의 잭클린 케네디가 신혼 여행으로 코끼리 타고 앙코르와트를 방문했었던 뉴스를 보신 기억이 나신단다. 그 사실을 기억하는 모친이 제일 인상적이었고, 옛날에는 잭키 여사나 올 수 있었던 곳을 나 같은 민간인도 올 수 있으니 일단은 오래 살고 봐야겠다는 진리가 다시 한번 떠오른다.


좀 다른 이야기지만 가난한 나라에 관광을 가면 관광객들 상대로 장사나 구걸을 하는 어린아이들 때문에 곧잘 가슴이 아프곤 하다. 평소 남을 위한 일이라고는 하나도 안 하는 주제에 가슴 아파 하는 것 자체가 좀 알량스런 일 같아서 딱히 무엇인가를 해주고 오지도 못 한다. 하지만, 서너살 밖에 안되보이는 어린아이들이 다가와서는 한국말로 '사모님 이뻐요, 사장님 멋져요' 등을 외치는 모습에는 가슴이 짠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런데, 옆에서 모친께서 한마디 하셨다. '옛날 우리 모습이랑 똑같네. 625때 우리도 다 했어. 미군들한테 기브 미 초코렛 해가면서'

50년이란 세월이 얼마나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시간인지 경이롭다. 마침 이번 여행에 할레드 호세이니의 '천개의 찬란한 태양'을 가져가 읽고 있었는데 눈앞에 보이는 캄보디아와 글로 읽는 아프가니스탄의 상황이 겹쳐 갑자기 대한민국에 사는 것에 백배 감사하게 됐다.
Posted by gomy

길 걷기

Do 2007/10/10 08:45
1년만의 본격 휴가 - 6박7일의 일본 여행. 굳이 주제를 붙인다면 '길의 여행' 이었다. 도쿄, 오사카, 교토로 이어지는 일정 동안 이 나이에 몸이 버틸 수 있는 한계까지 걸어줬다. 특별한 목적이나 계획도 없이 넓은 길, 좁은 길, 앞 길, 뒷 길 등을 모두 걸어서 섭렵하며 사람들 사는 모습을 보고 다녔다. 나름 좋아하는 유형의 여행이나 같이 간 남자는 '다시는 걷는 여행은 그만'이랄 정도로 탈진했다. 앞으로 걷는 여행은 혼자 해야할듯...

길을 걷는 다는 것은 언제나 근사한 일이다. 특히나 안 걸어본 길을 새로 걸을 때는 항상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설레임이 있다. 이 골목을 돌면 무엇이 있을까? 저 뒷 길에는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을까? 이 길을 지나갔던 사람들은 지금은 어디를 걷고 있을까?

인생도 끊임 없이 새로운 길을 걷는 여행같으면 좋겠다. 40이 되도, 50이 되도 그 보다 더 나이가 들어도, 저 앞에 기다리는 길에서는 어떤 사람들을 만날 지, 어떤 일을 경험할 지, 가슴 두근거리며 기다릴 수 있는 그런 에너지와 용기와 감성을 지닐 수 있기를 새삼 바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