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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5/27 듀크, 똘똘이, 한 시절의 끝 (그리고 생일) (13)
애견 듀크가 어젯 밤 세상을 떠났다.
회색 눈과 복슬복슬한 털을 가진, 옆모습이 제임스 딘을 닮은 폴리 종의 목장견이었다.
스물 한살이나 된 나는 남들의 시선에도 개의치 않고 눈물을 흘리며 거리를 걷는다.
지하철에서 한 핸섬한 소년이 울고있는 나에게 자리를 양보해준다.
이름도 밝히지 않은 채 그 청년은 지하철에서부터 나와 걸어주고, 차를 마셔주고 수영장에 가서 수영을 하고 같이 만담 공연을 보며 하루를 지내준다.
듀크도 만담을 좋아했었는데...
이 생각에 공연장에서 나와 다시 슬퍼져 버린다.
소년이 그런 나에게 말한다.
"지금까지 줄곧, 나는 즐거웠어" "지금까지 줄곧 말이야"
그리고는 내 턱을 들어 부드러운 키스를 해준다.
듀크가 하던 키스와 너무나 비슷한 키스를...
"나도 굉장히 사랑했었어. 그 말을 하러 왔어. 그럼 건강해"
제임스 딘을 닮은 소년은 그 말과 함께 달려 사라진다.

에쿠니 가오리의 단편집인 '차가운 밤에'의 첫번 째 이야기 '듀크'의 고미版 요약이다.

대학교 즈음 강아지를 키웠었다. '똘똘이'라는 이름의 똘망똘망한 눈을 가진 하얀 털의 몰티즈였다. 이 녀석은 수틀리면 식구들까지 물어 뜯을 정도로 성질이 못 된 놈이었지만 기본적으로 너무 이쁘게 생긴데다가 겁도 많고 어리숙해서 도저히 안 이뻐할 수가 없는 놈이었다. '강자에 강하고 약자에 약한' 고미네 식구들은 '강아지는 구김살 없이 키워야 한다'는 철학 하에 이 녀석 한놈에게 푹 빠져 휘둘리는 생활을 칠년이 넘게 했더랜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에서 돌아와보니 녀석이 없어졌다. 고미의 모친께서 이 녀석을 다른 이에게 넘겨 버린 것이다. 표면적으로 밝힌 이유는 '도저히 더는 힘들어서 그 녀석 뒷치닥거리를 하지 못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고미는 지금 이날까지 모친께서 녀석의 뒷치닥거리가 힘들어서가 아니라, 언젠가 닥칠 녀석의 죽음을 감당해낼 자신이 없어서 녀석을 미리 떠나보낸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어제 밤 꿈에 똘똘이가 나왔었는데, 꿈에서 똘똘이가 내 손을 너무 꼭 쥐고 있어서 아침에 일어났는데도 손이 아파." 똘똘이가 가고 나서 한달이 채 안된 어느 날 아침 고미의 오빠가 말했었다. 10년이 넘게 지난 지금까지 고미는 이 말을 기억한다. 고미 오빠의 아픈 손에 똘똘이에 대한 사랑과 녀석이 가고 난 다음의 허전함, 아쉬움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는 느낌이었던 것 같다.

오빠의 아픈 손과 함께 우리 가족의 한 시절이 막을 내렸다. 똘똘이와 함께 했던, 녀석이 집안을 휘젓고 다니며 식구들을 줄곧 즐겁게 해주던 그 시절은 그렇게 가버린 거다.

사람의 '한 시절'은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거나 학교를 졸업했다거나 해서 끝나는게 아니지 싶다. 오히려 사랑하는 무언가와 헤어지고 나면 한 시절이 끝나게 되는 것이리라. 듀크가 죽으면서, 똘똘이가 집을 떠나면서 우리들의 한 시절은 막을 내렸다. 누군가 전에 이야기 한 것처럼 한 시절이 끝난다는 건 항상 슬프다. 그 시절 동안의 사랑하는 것들과의 이별은 슬프다.

생일입니다. 이제는 꺾은 칠십도 훌쩍 넘겨버렸습니다. 하지만, 한 시절의 끝은 아닙니다. 아직도 사랑하는 사람들이 옆에 가득 있습니다 ^^. 이 나이의 고미에게 '곰 모양' 생일 케잌을 만들어주는 사람도 있구요. 속절없이 먹어가는 나이에, 옆에서 공격하는 적들에 마음이 편치만은 않지만, 그래도 이번 시절에는 어떻게든 줄곧 즐겁고 행복하렵니다. 그런 의미에서 생일 밝히기도, 스스로 축하하는 일에도 쑥스러워 하는 고미지만 자축하렵니다. Happy Birthday!!!
Posted by gomy